그녀의 7.5 시간, 그 잔인했던...

김진태 의원님께

“…주 4회, 하루 10시간씩, 78회 공판을 했단 말이예요. 이러고도 사람이 살 수 있습니까?  제가 그런 재판을 받는다면 정신이 아주 돌아버렸거나 재판에 출석할 수 없을 정도로 몸져 누웠을 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받다 돌아가실 지경이란 말이예요.어떻게 그렇게들 잔인합니까?…”
지난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관한 국정 감사에서 박근혜씨 공판과 관련해 당신이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이 이야기한  “잔인하다” 란 형용사가 제가 알고 있는 말과 같은 뜻인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저 말을 하고 있는 건가? 당신이 “돌아가실 지경” 이라며 걱정해 마지 않는 그녀가 그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신이 정말 모르시는 걸까?…

김관홍.
아마도 이 이름을 한 번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시사인) 기사에 의하면 그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수중 공사 일을 했습니다.벌이도 괜찮은 일이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그는 주저 없이 팽목항으로 향합니다.
“뉴스를 보니까 이성적으로 (돈 문제를) 생각할 수 없었다.작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모르기도 했다 (시사인의 인터뷰 중)”
해경과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발적으로 그 곳에 갔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물 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옵니다.
목숨을 걸고 진행한 세월호 구조팀에서의 작업은 그에게 여러가지 상처를 남깁니다.
작업 후 신체적 외상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외상에도 시달려야 했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잠수사 일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 그를 더욱 더 절망에 빠뜨렸던 건 그와 그의 동료들을 상대로 벌인 박근혜 정부의 고발이었지요.
세월호 피해자로 규정되지 않아 치료비도 제대로 받을수 없었던 이들을 수색 작업시 숨진 민간 잠수사의 죽음과 관련해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저희 법적인 논리 몰라요.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밖에 들어가면 안 되는 그 수심에 많게는 네 번, 다섯 번… ,법리 논리 모릅니다. 제발 상식과 통념에서 판단하셔야죠…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2015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가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2016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그의 죽음 후 그의 사촌형이 남긴 글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요.
“… 딱 눈 감고 모른 척 했으면 관홍이는 오늘도 별일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관홍이와 그 팀원들은 …차가운 물속에 아이를 남겨둔 유가족을 외면하지 못했고, 결국 다시 세월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인간은 자기 주변의 누군가가 받는 고통에 반응을 합니다.
그 누군가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어도 인간은 자기 이외의 다른 존재가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 하는 순간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합니다.
늘 하던 평소의 생활이 평소와 같지 않게 되지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감정,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고통에 “딱 눈 감고” 모른척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렇게 “평범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보통의 많은 사람들…
제가 아는 “인간”이란 말의 뜻입니다.
2014년 4월 16일.
박근혜씨의 식사를 담당했던 전직 청와대 조리장의 인터뷰를 보면 그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정오와 오후 6시에 “평소처럼 식사”했다고 합니다.
60 평생을 사실상의 무직 상태로 지내온 그녀가 정치인으로서 매우 무능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해 생각해 보더라도, 저는 그 날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처럼 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멀리, 독일에서 소식을 들었던 저도 밥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던 날이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아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식사, 도대체 뭘 했는지 알 수 없는 그녀의 7.5시간, 그리고 그 후 그녀가 보여준, 저로서는 해석이 불가능한, 모든 행동들이 제게는 어떤 호러물 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 집니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합니까?”
저 말을 하기 전 최소한 당신은 한 번은 생각해 보셔야 했습니다, 당신의 말이 들어야 할 상대를 제대로 찾아 가고 있는 건 지를 말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어 지는 지점에 "언어"가 있다는 걸 당신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들이 서로 주고 받는 단순한 신호와는 다릅니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하지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말이 놓일 곳을 제대로 찾는 것. 인간의 말이 그냥 소리가 아니라 언어가 되는 지점입니다.
정신적 외상에 힘들어하던 고 김관홍 잠수사가 "고맙고,...고생했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정신과 치료약을 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게 무엇인지 당신이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특별 주문제작한 보온용 태극기 망토 말입니다.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똑딱이 단추까지 달려 있어서 당신이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흔들어도 벗겨지지 않을 것 같더군요.
태극기  집회가 요즘 거의 소강 사태라 당신이 공들여 만든 태극기 망토를 다시 입을 날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망토를 준비하던 당신의 그 섬세함과 철저한 준비력으로 남은 의정 활동을 제대로, 잘 마무리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총총

페북 따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