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개구리 그리고 따듯한 커피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친구들 옆에서, 친구들과 같이...

1.발도르프 학교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다.
자전거를 타고 한 5분 정도 평지를 달리다 보면 급경사 길이 나오는데,거기선 어쩔 도리 없이 매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늘 그렇듯 그 날도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반대편에 서 있던 자동차 한 대가 내 옆으로 와 멈춰 섰다.마리오였다.

"학교 가는 길이야?"
"응"

"내가 학교까지 태워다 줄까?자전거는 뒤에 싣으면 되고"

"나야 고맙지.근데 너 시간은 괜찮은 거야?바쁜거 아냐?"

"응.이번 프로젝트 현장 둘러 보고 사무실에 들어 가는 길이야.시간 있어."

"다니엘은 어때?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해?"
내 자전거를 뒤에 싣고 난 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던 마리오가 내게 물었다.
"응.짐을 쌌다가 풀었다가...이것도 넣었다가,저것도 넣었다가...그래"
"샬롯테(마리오의 딸)는 좋으면서도 좀 걱정도 되고 그런가 봐.가져갈 인형만 벌써 4개를 챙겨 놨어"
좀 있으면 만 아홉살이 된 아이들이 처음으로 엄마,아빠 곁을 떠나 사흘간 수학 여행을 간다.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이 되면 졸업 여행을 간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반반씩 섞여 불규칙하게 쿵쿵거리는 마음을 안은 건 아이들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한 번도 이렇게 길게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거든...기분이 좀 묘한 거 있지..."
"나도 그래"
나도 마리오도 푸푸 하고 웃었다.

그 때 갑자기 마리오가 차를 세웠다.
"어?왜?"
"저기 개구리가 있어"
마리오의 차 앞에 내 손바닥 만한 개구리 한 마리가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었다.
"음..."
마리오가 손가락으로 살짝 개구리를 들어 올려 보았다.개구리는 꼼짝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 보던 마리오가 잎이 많이 달려 있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개구리를 살살 들어 올려 인도로 데려 가려고 했다.
하지만 표정이 딱 독불장군 같은 개구리는 발을 강력접착제로 땅에 붙인 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얘가 그냥 여기 있고 싶은가 본데...그냥 조용히 냅둘까?"
"음...그런데 우리가 얘를 피해 간다 해도 다음에 오는 차가 만약 얘를 못 보면..."
"아...맞다.얘!이 쪽으로 와...이 쪽으로..."
나는 개구리에게 말을 걸고 마리오는 나뭇가지에 달린 잎으로 개구리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어설픈 독일어와 자꾸만 간지럽히는 나뭇잎이 귀찮아서 였을까? 한참 뒤에 개구리가 도로 옆 인도로 살포시 점프했다.
"차 태워 줘서 고마워"
"뭘"
"좋은 하루 보내"
"그래 너도"
학교 주차장에서 교문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다.나는 다시 자전거를 털털 끌며 내려 갔다.

2.수요일 아침.
커다란 여행 버스가 지흔이 학교 앞에 멈춰 섰다.
지흔이는 잠깐 나를 쳐다 보고 씨익 웃은 뒤 버스에 올랐다.
이 녀석 안 우네...
버스 창문은 온통 검게 선팅이 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엄마를 향해 흔들어 대는 손만 보였다.
"그냥 무조건 손 흔들면 돼.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잖아."
클레멘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들 푸하하 웃었다.
아이들 짐 가방이 버스에 다 실리고 난 8시 정각.버스가 떠났다.
"정말 칼 같이 정확하게 떠나네"
"그러게"
푸하하 웃는데,멀어지는 버스의 뒷보습을 보자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에고...우는 거야?"
알렉스 엄마 크리스티아네였다.
"아...나도 창피한데...안 울려고 그랬는데...눈물이 나네.아,정말 창피하다"
목에 휘감고 있던 스카프로 눈물을 찍어내는 나를 크리스티아네가 안아 주었다.
"그게 뭐가 창피하니?애 수학여행 보내고 엄마가 울 수도 있지.내 눈엔 니가 귀엽기만 한데 뭘"
크리스티아네의 품 안이 따듯해서 나는 아기처럼 가만히 안겨 있었다.
토닥토닥 내 등을 두드려 주던 크리스아네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애들 다 잘 지내다 올거야.걱정하지 말고...'야!신난다.이틀동안 자유다'하고 즐겁게 보내,알았지?"
"응,고마워."
큰 딸 루이제가 아직 집에 있어서 가 봐야 한다며 크리스티아네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가자,같이 커피 마시러 가자"
"그래,우리 집에 가서 커피 마시자 같이"
다른 엄마들이 다들 돌아가자 잔드라와 프란치가 내게 와 말했다.
"커피 마실땐 달달한 빵이 최고지"
우리는 빵 집에 들러 달달한 크림이 들어 있고,설탕이 잔뜩 묻혀져 있는 빵을 사서 잔드라네 집으로 향했다.
커피 마실땐 달달한 빵이 최고고,이렇게 마음이 불규칙하게 쿵쾅거릴땐 커피랑 친구가 최고다.아마 내일 아침도 나는 잔드라에게 가 커피 한 잔 달라 조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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