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 다니는 코끼리가 준 선물

연 날리기 축제가 있던 날

어제, 오늘 트리어에서 연 날리기 축제가 열렸다. 잔드라, 프란체스카와 이야기 하다가 같이 가기로 했다. 2주간의 가을 방학이 아쉽게도 끝나가는 마당에 개학하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뭔가 재밌고, 즐거운 일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이야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안 그래도 남편이 지흔이에게 연 날리러 가자고 이야기해 놓았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에 지흔이는 더 신나 했다.


우리 동네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높은 언덕이 하나 나오는데, 매년 그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쩜 저렇게 생긴 연도 있구나 싶은, 기상 천외한 연들을 띄운다.

며칠 전 부터 뚝 떨어진 기온에 흩뿌려대는 빗방울이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우리는 겨울 외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언덕을 올라 갔다.
 사실 10월 중순이면 이미 겨울이 시작되고, 겨우 내내 축축한 공기에, 비도 자주 내리는 이 곳에서 잔뜩 찌푸린 하늘 정도야 새로울 것 없었다.
아이들이 연을 꺼내고 연줄을 푼다. 바람이 잘 불어주면 좋으련만, 기대했던 것 만큼 불지 않자 아이들이 연줄패를 잡고 언덕을 뛰어 다닌다.
밥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연을 들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겨우 불러 앉혀 밥을 먹었다. 각자 싸 가지고 온 것들을 꺼내니 작은 부페가 차려졌다. 소세지와 치즈를 넣은 빵, 주먹밥과 과일.
 다들 둘러 서서 먹으며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불지 않는 바람이 제일 아쉬운가 보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오지 뭐. 축제가 끝나도 상관 없잖아. 우리끼리 와서 연 날리면 되니까.”
마리오가 얘기하자 남편도, 잔드라도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을 더 날리는 건 오늘 힘들 것 같고... 대신 우리 집에 가서 차나 한 잔 하자.”
프란체스카의 갑작스러운, 하지만 고마운 초대.

잔드라는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파는 케익을 사 오고, 나는 집에 있는 바나나와 과자를 들고 프란체스카의 집에 모였다.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아이들이 옆에서 ’고양이와 개'놀이를 한다며 기어 다닌다. 지흔이와 샬롯테, 이다가 "멍멍,야옹"하며 정신 없이 돌아 다니는데, 그 옆에서 푹신푹신한 쿠션에 몸을 기 댄 열 살 짜리 요나는 이 난리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프란체스카의 아이패드를 들고 열심히 게임을 한다.
열 살 이전까지 게임기를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었던 요나는 요즘 프란체스카의 아이패드를 들고 게임하는 재미가 쏠쏠한 듯 하다. 7살 짜리 동생 친구들이랑 같이 놀기엔 좀 많이 커 버린 요나를 위해, 이렇게 다같이 모이는 날이면 프란체스카가 요나에게 아이패드를 건네 주는데, 그럴때면 과묵한 성격의 요나가 잇몸이 다 드러나도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임속 음악 소리가 "멍멍, 야옹" 하는 소리에 추임새를 넣는 것 같다.

언니가 놀이에 저를 끼워 주지 않을 걸 아는지 두 살 짜리 마틸다가 커다란 말 인형에 올라 타 흔들흔들 하면서 내게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아줌마! 나 이제 슈눌러 (Schnuller, 인공 젖꼭지) 안 해요. 날아 다니는 코끼리가 와서 내 슈눌러 가져 가구요, 대신 이 말이랑 잠 잘 때 켜는 램프 주고 갔어요.”
이 곳 아이들은 인공 젖꼭지를 오래 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아이에게나 엄마에게 이 인공 젖꼭지 떼는 일은 큰 과제다. 그 큰 과제를 해결한 마틸다는 매우 뿌듯해 보였다.

비가 계속 내린다. 
긴 겨울... 매일 축축하고 눅눅한 공기, 어둑 어둑한 하늘, 차가운 바람이 몇 달 동안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만들겠지만, 따듯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녹이고....그렇게 또 겨울을 날 것이다. 11월이면 만 3살이 되는 마틸다가 들려줄 또 다른 이야기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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